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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 리뷰] 그 사진관, 지금 우리, 다음에는

바다 그리고 사진관(김정은)

심유리 <그 사진관>

박정배 <지금 우리, 다음에는>

1. 꿈을 꾸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다. 이 열망은 삶의 횃불이 되어 나아가야 하는 길을 밝혀준다.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하고,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꿈을 꾸기가 쉽지만은 않다. 현실과 부딪힌 꿈을 등지고 걷는 일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꿈과 현실은 열망과 타협의 추가되어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두 편의 영상은 꿈과 현실의 추에 올라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사진관>의 주인공 태리는 사진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공시 경쟁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공무원 지원동기부여 란에서 깜빡이는 커서가 끝내 어떤 내용도 쓰지 못하는 것도 이루지 못한 꿈이 책장 한 편에 꽂힌 낡은 사진첩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지금 우리, 다음에는>에 등장하는 혜숙과 정배는 조용한 삶을 꿈꾸며 서울 생활을 접고 강릉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서핑을 할 때 느끼는 생존본능과 귀갓길에 느끼는 공허와 불안감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일상에서 반복된다. 새로운 삶은 꿈꾸었던 것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그들의 혼란과 고민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 떠나보내다.

강릉에서의 삶을 위해 서울에서의 삶을 떠나보냈다. 혜숙과 정배는 대도시의 울창한 공원과 24시 고양이 전문 병원을 포기하는 대신, 서핑보드를 타고 뛰어들 바다와 비오는 날 더 향이 짙어지는 소나무 숲을 얻었다.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원래 삶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강릉에서도 불안과 고민은 계속된다. 이런 시간은 정배의 카메라 시선으로 담긴다. 그 시선은 강릉의 풍경속에 흠뻑 취해 걷는 혜숙을 쫓는다.

혜숙, 정배가 꿈을 아 강릉으로 왔다면, <그 사진관>의 태리는 현실을 선택한 뒤, 꿈을 떠나보내는 과정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언제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사진 한 장은 태리를 ‘그 사진관’으로 이끈다. 골목 끝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곳은 잊어버렸던 태리의 꿈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는 사진관이라는 장소를 태리의 꿈으로 형상화한다. 태리가 한때 꿨던 꿈들로 사진관은 장식되어있다. 태리는 본능적으로 그곳에 끌리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되고 떠나야하는 날을 맞이한다. 다시 한번 찾은 ‘그 사진관’의 주인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는 현실을 위해 꿈을 내려놓을수록 꿈도 우리 자신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3. 문이 열리다.

삶은 새로운 문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지만, 어떤 문을 열어야하는 가에 대해선 늘 의구심이 든다. 정배와 혜숙은 강릉에서 새로운 삶의 문을 연다. 다큐를 찍고 작은 서점을 열며 강릉에서의 삶을 가꿔나가기로 한다. 태리는 잊었던 꿈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굳게 닫혀있던 사진관의 초록 대문을 열며 영화는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이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불안해하지만, 진정으로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결정을 내린다. 분명한 것은 어떤 선택이든 그것이 삶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면 긴 불안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영상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그렇게 삶을 사랑한다.


2020 생활문화활성화지원사업 씨네마실 '지역영화로 글쓰기'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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